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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

'미스터 사이언스' 단상

by 장한섬 202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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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사이언스』(한성구, 2024)의 감명 깊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05년 8월, 고령으로 입원 중이던 94세의 첸쉐선은

원자바오 총리가 병문안 목적으로 방문했을 때,

그가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어왔던 질문 하나를 던졌다.

“중국의 대학은 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지 못할까?”

이 물음은 이후 ‘첸쉐선의 난제’로 불리며 많은 교육가의 관심을 끌었다. (268쪽)


췐쉐선(1911~2009)은 1930년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MIT 교수 역임 후)

1950년대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원자폭탄(1964)과 수소폭탄(1967),

그리고 위공위성(1970)을 성공시킨 과학자다. 그는 이를 위해서 마오쩌둥에게

15년(기초과학 5년, 응용과학 5년, 위성제작 5년) 동안 지원은 하되

“15년 동안 절대 성과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269쪽)라고 부탁한다.

놀라운 사실은 마오쩌둥은 이를 수락하고 실천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5년 병문안을 간 원자바오 총리(북경지질대학 광산학 출신)도

94세의 노과학자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경청한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치지도자는 이공계열 출신이 많다).

『미스터 사이언스』에서 두 번째로 감명 깊은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원자폭탄과 이를 성공시킨 ‘맨해튼 프로젝트’에 관한

미국 정부(지원하에 프린스턴대학 물리학과 학과장 헨리 D. 스미스의 보고서)가 발표한 ‘스미스 보고서’다.


“우리나라의 정책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국민에게 있으며, 그들은 정보를 얻어야만 그러한 책임을 현명하게 이행할 수 있다. 일반 시민은 원자폭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지만, 이 나라에는 그러한 것들을 이해할 수 있고, 동료 시민들에게 원자폭탄의 잠재력을 설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자와 과학자들의 그룹이 있다. 본 보고서는 이 전문그룹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그러한 폭탄의 생산을 목적으로 한 1939년 이후 미국의 전반적인 작업에 관한 사항이다.”

                                                              - <스미스 보고서> 서문 중에서(296쪽)


소련을 비롯한 적대국에 핵무기 기밀이 노출된 우려 때문에

보고서 공개는 많은 논쟁을 일으켰으나 미국 시민과 과학자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미국 정부의 노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으로 중국계 과학자들은

감시와 검열을 피해 중국으로 귀국하여 원자폭탄과 수소폭단 그리고

인공위성을 제작한다. 대표적인 과학자가 첸쉐선이다).

 

『미스터 사이언스』에는 많은 사례와 저서가 배치되는데,

그 중에서도 조셉 니담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 그리고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언급하는데,

‘열린사회’로 가는 길은 소련의 ‘리센코 사건’과 같은

이데올로기로 닫힌사회로 어떻게 변질되는지 흥미롭게

(최인훈 소설 『광장』과 밀실로 대비되며)언급된다.

 

나아가 중국 ‘798예술구’, 일명 ‘다산쯔 예술구’는 자본으로 변질된다.

흥미롭게도 인천아트플랫폼은 ‘798다산쯔 예술구’와 비교되는 곳인데,

비슷하게 변질되고 있다.

 

오늘날의 중국 과학은

중국사의 관성(천하통일과 중화제국 건설)이라는 그늘(만리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강하다. 조셉 니담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통일 국가가 세워지자마자 낡은 봉건 제도를 제한하고, 또 진(秦)의 통치하에서 그 원형이 만들어진 이후의 중국사 전체를 특징화시킨 관료적 정부를 만들기 위하여 강력한 수단이 채택되었다. (중략) 도량형으로부터 짐차 ‧ 전차의 차바퀴 폭까지 모든 일이 표준화되었다. (중략) 만리장성 건설의 의도는, 중국 민중 안에서 유목 생활로 유착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과 혼합 경제를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혹은 적어도 유목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데 있었다고 라티모어(Lattimore)가 날카롭게 지적했다.”

                                               - 조셉 니담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유문화사, 1985) Ⅰ권, 119쪽

 

#미스터_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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