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주의로 녹슨 인천시교육청
(인천일보 2025.3.6. 19면) 장한섬(오페라 연출가)
인천 경제를 견인한 대우자동차는 1997년 외환위기로 좌초한다. 이후 대우그룹은 해체된다. 반면 LG는 1995년 그룹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시대의 격랑을 뚫고 나아간다. 대우의 몰락과 LG의 비상은 ‘탱크주의’와 ‘엑스캔버스’라는 미학 차이로 해석된다. 즉, 20세기 대우전자는 탱크주의로 기능 강화에 집중하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LG전자는 엑스캔버스라는 브랜드로 바보상자 TV를 미술관으로 진화시킨다. 이후 LG전자 광고문구는 “가전, 작품이 되다”로 승화한다.
문제는 세계경영을 탱크주의로 밀어붙이다 몰락한 대우처럼 인천의 생산방식과 권력 구조는 변한 게 없다. 특히 인천시교육청은 ‘세계시민교육’을 외치지만, 교육철학의 부재로 인천 악순환 구조(하청경제‧납품교육‧마름정치=내부식민지)를 강화한다. 즉, 인천시교육청은 서울시교육청 인천지점으로 작동한다.
고대왕국은 피라미드 같은 거대화의 중량감으로 국력을 과시했다. 지금은 반도체칩과 AI처럼 경량화의 추론력이 강대국의 국력이다. 그래서 탱크의 위력은 드론에게 위협받고 달러패권은 비트코인으로 흔들린다. 그런데도 인천시교육청은 산업화 시대의 표준화 대량생산에 끼워 맞춘 납품교육으로 경량화의 추론력 대신 경박함의 추상화(학생성공시대 읽걷쓰)를 나부낀다.
핀란드의 10월 13일은 ‘실패의 날’이다.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고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장려하기 위해서 만든 날이다. 덕분에 국민기업 노키아 몰락 후에도 그 안에서 성장한 생태계의 구성원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업과 시장을 창조한다. 반면, 인천시교육청이 내세우는 ‘학생성공시대’는 “입학은 서울대, 졸업은 하버드”식의 경로 의존성을 강화한다. 인천시교육감은 신년 인터뷰(인천일보 2025.1.9)에서 “읽걷쓰 3년 차 성과, 저자 3만2000명·서적 2300여종”을 제시했으나 지역을 대표하는 '대한서림'은 뇌사상태고 '부평문고'는 2023년 폐업했다. 300만 인천시민이 찾는 지역대표서점 하나 없는 현실과 유리된 성과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천시교육청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660억 원을 투입하여 학생 노트북을 보급하면서 “인천 학교도서관, 책‧사서 태부족”(인천일보 2023.5.4)을 방관했다. 문맹 퇴치 구호처럼 나부끼는 ‘읽걷쓰’가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견인할 수 있을까?
2024년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엘리트의 민낯을 드러냈고 교육시스템의 치부를 드러냈다. 대한민국은 광장에서만 외치는 민주공화국이고, 실제로는 서울공화국과 검찰공화국의 권력, 그리고 부동산공화국과 자살공화국의 경제와 경쟁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인천은 대한민국 대도시 중 유일하게 지역(인천)은행과 지역(인천)방송국이 없다. 그야말로 금융 통제력과 발언권이 없는 식민지다. 교육주권도 없어 인천에는 인천교대가 없고 인천시립대도 없다. 해양도시와 문화도시를 내세우지만, 인천해양과학고와 인천예술고를 졸업한 청소년은 자신의 성공시대를 개척하려면 인천을 떠나야 한다. 해양대와 예술대학 없는 식민지이기에.
인천의 국회의원은 14명이다. 입법기관이 되고도 남는다. 이들은 지역균형발전보다 서울중앙정계 진출을 위한 도약판(인천상륙작전 프레임)으로 인천의 하청경제를 유지하고 서울패권을 강화한다. 인천(납품)교육이 낳은 정치 수준이다(전현직 인천시장을 보라). 올해 인천시교육청 예산은 5조 2915억 원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지역 인재와 리더를 키우지 못하는 걸까? 인천시교육청은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대미를 왜 교육이 차지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인천일보 2025.3.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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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탱크주의로 녹슨 인천시교육청
인천 경제를 견인한 대우자동차는 1997년 외환위기로 좌초한다. 이후 대우그룹은 해체된다. 반면 LG는 1995년 그룹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시대의 격랑을 뚫고 나아간다. 대우의 몰락과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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