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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 <잊혀진 노래들> 프랑스 가곡시리즈 "달무리" No.6 드뷔시, 혁신의 완성자 ‘예술=자유’의 등식은 “예술가는 자유롭다”는 환원주의에 빠뜨린다(자유롭게 미친 짓을 하면 예술가인 줄 안다). 실제로는 자유보다 허위를 까발리는 진실을 추구하면서 자유를 위해서 저항하거나 비판(풍자) 하는 게 예술가의 운명이다. 그래서 예술을 하는 것보다 예술가로 사는 게 어렵다(대한민국 예술가는 비정규직보다 더 어렵게 산다). 프랑스 가곡시리즈 “달무리”의 마지막 예술가 끌로드 드뷔시는 프랑스 문화생태계의 최대 수혜자이자 프랑스 예술 혁신의 완성자라 할 수 있다. 드뷔시는 선배 음악가 뒤파르크(1848~1933)와 포레(1845~1924)가 넓혀 놓은 지평 위에서, 그리고 비제(1838~1875)가 열어젖힌 새로운 하늘에서 인상주의 음악을 완성한다. 끌로드 드뷔시(Claude .. 2021. 10. 14.
포레의 <노인과 바다> : 레퀴엠 영리하고 재능 많은 사람들이 30대 즈음되면 주위에서 사라진다. 지능과 재능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던져주는 관심과 찬사에 매몰되어 고독과 침묵 속에서 찾아야 하는 자신의 소명을 잃어버려 (독존과 긍지를 구축하는 대신) 골프채와 자동차로 허영심과 공허함을 메우면서 정체성을 상실한다. 그리고 자기기만 속에서 안전하게 살려고 진짜 예술로부터 멀어진다(진짜 예술이 무엇이냐 정의하기 어렵지만 가짜 예술은 허영과 기만 속에서 피어나고, 진짜 예술은 자신의 허영심을 어떻게 씹어 먹느냐에 달렸다). 주위에 예술하는 인간들을 보면 예술은 하지 않고 예술하는 요령을 가르치면서 예술가를 자처하는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예를 들면, 음악가가 되기보다는 좋은 음악 선생님이 되려 하고, 정확히는 능력 있는 입시 레슨 .. 2021. 10. 7.
포레, 성실한 아르티장에서 위대한 아티스트로 건너가다 포레, 성실한 아르티장에서 위대한 아티스트로 건너가다 기행과 기벽이 예술가다움을 증명하는 지표가 된 것은 낭만주의가 낳은 비극적 허구이다. 그 영향으로 예술가는 아웃사이더가 될 수 있다는 명제를 아웃사이더가 예술가라는 도식으로 본말을 전도시킨다. 그리고 허영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의 개방성을 “예술을 하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금한다. 위대한 예술(품)은 가격으로 가늠할 수 있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가격표로 가늠할 수 없는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바로 파격과 통찰이다. 파격은 처음에는 장르파괴범과 사문난적으로 비난의 뭇매를 면치 못하지만, 시대의 한계를 벗어나는 용기와 새로움을 보여주며 소수로부터 인정과 찬사를 받으면서 서서히 고전의 반열로 진입한다. 사티와 드뷔시가 .. 2021. 9. 26.
2021인현동 생명포럼 "장소성의 기억&공동체의 미래" 홍예門문화연구소 장소성의 기억&공동체의 미래 일시 : 2021년 10월 5일 화요일 오후 3시 장소 :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 사회 : 손민호 인천광역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문의 _ 032)777-8775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모토는 서울의 중앙집권으로부터 벗어나라는 상대적 의미보다 지역의 정체성과 자치권이 중요하고, 지역의 집단지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이 국가와 민족으로 수렴되고 동원되는 체제에서 ‘나와 도시’의 다양성과 관계성 그리고 공공성이 국가 정체성과 경쟁력으로 확장되는 시대입니다. 홍예門문화연구소는 ‘1999인현동 화재참사’(그리고 ‘2001부평대우자동차폭력사태’)를 조국근대화의 속도전과 반공국가의 소수자 발언권 묵살로부터 점증된 산업화와 민주화의 한계.. 2021. 9. 16.
드골과 풀랑 드골과 풀랑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1874~1965)이 사망하자 바다 건너 프랑스의 드골(1890~1970)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은 이제 대국이 아니다.” 참 많은 걸 함축한 말이다.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되자 드골 장군은 영국으로 탈출 후 프랑스 망명정부를 만들고 영국BBC 방송을 통해 독일 항전을 이끈다. 그리고 승전 후 권력을 잡고 ‘위대한 프랑스’ 재건에 나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영제국의 세계패권은 미국으로 넘어가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세계로 전개된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수상 처칠은 전쟁이 끝나고 1945년 총선에서 노동당에게 패배하고 실각한다. 쇠락하는 제국의 황혼기를 지켜보는 처칠의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한 인물이 드골이었다(드골 역시 처칠처럼 1960년.. 2021. 8. 23.
담배와 미술史 담배와 미술史 “담배 언제 끊었어?” “중3 때.” “왜?” “맛없어서.” 중3 때 처음 피운 담배는 맛이 없었다. 그래서 끊었다. 결단력과 의지력은 필요 없었다. 내가 담배를 핀 이유는 맛이 아닌 책 때문이다. 레마르크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는 17세에 참전한 독일 병사 파울 보이머가 전쟁터에서 적군과 함께 담배를 나눠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개비마다 둘로 꺾어 이것을 러시아 병사에게 주었다. 러시아 병사는 허리를 굽혀 절하고는 거기에 불을 붙였다. 두서너 명의 얼굴에서 빨갛게 점점이 희미한 빛을 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마치 깜깜한 시골집에 보이는 작은 창과 같았다. 그 창 안에는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방이 있는 것처럼 연상되었다.” - 『.. 2021. 7. 10.
블랙 위도우&가족의 탄생 블랙 위도우&가족의 탄생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빈자리를 블랙위도우가 채운다. 그것도 가족의 재탄생으로 2021년 마블 세계관을 채운다. 블랙 위도우는 냉전시대 구(舊) 소련 스파이로 양성된 후 어벤져스가 되면서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의 정체성을 갖는다. 여성 히어로 중 유일하게 초능력이 없다. 학습과 훈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영화 [블랙 위도우]는 ‘스파이’라는 정체성에 유년시절과 가족관계가 더해져 외연이 확장된다. 영화 초반 (10세 전후) 소녀에서 지구의 영웅으로 등극한 30대 중반 커리어우먼으로 자신의 여동생과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만나면서 관계를 재정립한다.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는 어릴 때는 부모(특히 아버지)의 지시에 순응하지.. 2021. 7. 8.
인천, 영화로 읽다_#03_권력과 공간① 록키&베트남 영화 [록키]는 제49회 아카데미 시상식(1977)에서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을 받는다. 이 중 작품상은 시상식 중 마지막에 발표하는 상으로 최고의 상을 의미한다. 영화 속 록키는 패배자다. 그것도 유색인종(흑인)에게 패배한다. 그럼에도 관객(미국)은 최선을 다한 패자 록키에게 박수와 존경을 보낸다. 무명 복서 록키에게 초강대국 미국이 열광한 이유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세워줬기 때문이다. 영화 [록키]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1960~1975)에서 패전한 이듬 해(1976) 상영한다.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1963) 이후 자신감을 상실하고, 베트남 전쟁은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미국 제37대 닉슨 대통령(재임 1969~1974)은 워터게이터 사건으로 탄핵 직전 사임한다. 미국은 .. 2021.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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